버스를 기다리며 헤드폰의 음량을 올리다 문득,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그저 소리를 욱여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수필의 초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마 버스카드를 찍던 순간에도 떠올리고 있었다
자리를 찾던 순간에도 떠올리고 있었다
맨 뒷 자리의 맨 끝에 앉는 순간에도 떠올리고 있었다
그 후론 떠올리지 않았다, 아마
>>17 의 노스모크 문서를 다 읽었다
몇년전에 잠시 들어가봤다가 별거 없어보여서 그냥 나갔었는데
다시보니 꽤나 읽어볼만한 것들이 많아서
일단 이 문서부터, 흥미가 가는 나머지도
사용자 문서까지 하나 하나 탐독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들 하고 계실지 간략하게 추적했다
솔직한 감상은
참 별거 없는 인생들이구나
온갖 미사여구들을 가져와 나름 멋지게 포장들 해놨지만
고된 시련이라도 있던 척 진중한 신념이라도 있던 척들 해놨지만
노력들도 하셨고 안정된 자리들도 얻으셨지만
돌이켜보면 참 별거 없는 삶들이셨고
지금도 별거 없이들 살고 계시구나
10대 20대를 그렇게 ㅡ자기딴엔ㅡ 아름답게 불태워왔다고 기록해놓은 자들이
40대 50대가 되어선 블로그나 커뮤니티등에 상주하며 아무래도 좋을 가십, 정치이슈등에 열변을 토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저 시대에 저러고 놀 수 있는 건 귀한 자제분들 뿐이었는지
단편적인 글만 보아도, 사용자 문서만 흘깃 보아도 곱게들 자라오신 거 같은데
수혜를 깨닫지도 못한 채 응석받이로 자란 것을 방황이라, 청춘이라 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썩 재밌게 둘러보다 나온 것이었다
그저 기대에 못 미친 아쉬움이 클 뿐이었다
먼저 간 이들의 발자국을 곱씹으며
인생의, 젊음의 덧없음에 탄식하며
나도, 저들도, 당신들도
잊혀지고, 하찮아지고, 종국엔 사라질 것이기에
누군가가 이렇게 보존 시켜놓는다면
누군가가 이런 감상이라도 가져가겠다만은
10년전의, 20년전의 죽은 글들을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으면은
환경이 조금만 달랐으면, 기회가 조금만 있었으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따져봐야 별 의미도 없을 후회와 소외감에 빠지곤 하는것이었다